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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헌 소식 및 제주옹기 소개

제주흙으로 만든 숨쉬는 제주옹기 담화헌 소식과 제주옹기를 소개합니다.
제목 제주의 옹기는 때 묻지 않은 가장 자연적인 그릇이다. 유약을 바르지 않는다.
담화헌 제주옹기
작성일자 2017-06-05
조회수 2135
제주의 옹기는 때 묻지 않은 가장 자연적인 그릇이다. 유약을 바르지 않는다.
유약을 발라 표면에 광택이 나게 한 도기(陶器)나 자기(瓷器)와 구별된다. 유약을 바른 다른 지방의 옹기와도 차별된다. 유약을 바르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는 토기(土器)나 질그릇이지만 분명 다른 면이 있다.

제주의 옹기는 가장 원초적인 불로 구워낸다. 자연이 준 나무를 태울 때 발생하는 열과 연기로만 구워내야 제멋이 난다.
제주의 옹기에는 청자나 백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그림이 없는 대신 활활 타오르는 불길과 연기가 만들어낸 오묘한 색과 무늬가 있다. 감히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자연의 힘이 그려낸 작품이다.

오늘날 제주 옹기를 보는 세상 사람들의 눈길은 예사롭지 않다. 시장이나 마트, 온라인 매장에서 흔히 보는 온갖 브랜드의 도자기와는 다른 친근함을 제주 옹기에서 느낀다. 제주 옹기를 통해 원초적인 자연의 힘에 빠져든다.
제주의 옹기는 노랑굴과 검은굴에서 구워낸다. 다른 지방에서는 옹기나 도기, 자기를 굽는 곳을 ‘가마’ 또는 ‘요(窯)’라고 부르지만 제주에서는 ‘굴(窟)’이라고 한다. 현무암과 흙으로만 쌓아서 만든 ‘굴’은 말 그대로 제주의 용암동굴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옹기를 굽는 제주의 ‘굴’은 ‘돌가마’다.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렵다.
노랑굴은 구워 낸 그릇들이 노란색을 많이 띤다고 해서 붙여졌다. 노랑굴의 소성온도(燒成溫度)는 섭씨 1,100℃가 넘는다. 이처럼 뜨거운 불길과 연기, 나뭇재 등이 옹기의 표면에 기기묘묘한 색과 무늬를 만든다. 이를 ‘불의 영혼 자국’이라 부른다.
표면에는 마치 유약을 바른 것처럼 광택이 흐른다. ‘자연 유약(釉藥)’이 입혀지는 것이다.
검은굴은 그릇의 빛깔이 진한 회색이나 검은색을 띤다고 해서 붙여졌다. 검은굴의 소성온도는 섭씨 900℃ 내외다. 옹기를 굽는 마지막 단계에서 마른 잎이 무성하게 달린 소나무 가지를 묶은 땔감을 아궁이 안으로 한가득 밀어 넣고 나서 입구를 막는다.
이때 땔감이 타며 발생하는 시커먼 연기가 스며들어 회색이나 검은색 옹기가 만들어진다.
제주 옹기의 대표는 허벅이다. 물이 아주 귀했던 옛날 제주에서 허벅은 가족의 생명수인 물을 긷는 가장 소중한 용기였다. 허벅은 각종 곡물의 씨앗을 보관하거나 술과 간장 등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다. 사돈집이나 친척집에 상(喪)이 났을 때는 팥죽을 쒀 담아갔다. 때론 여흥을 돋우는 숟가락 장단의 악기 역할도 했다.
다만, 한 번 물허벅으로 사용하면 계속 물허벅으로만 사용했다. 곡식을 담는 허벅을 제외하고는 물허벅, 술허벅, 간장허벅, 죽허벅 등으로 용도를 정해 그 용도로만 사용했다. 이는 허벅 안에 담긴 음식물의 냄새 등이 스며들었다가 다른 음식에 배어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 생김새 또한 제주 옹기의 상징이라 할 만큼 아름답다. 균형미를 갖춘 적당히 부른 배와 화룡점정 같은 부리는 다른 지방의 도공들이 흉내 내지 못한다고 한다. 허벅을 잘 만드는 도공이 가장 큰 명성을 얻었다.
사람들은 옹기라고 하면 항아리나 뚝배기를 쉽게 떠올리지만 제주에서는 허벅을 그려내야 한다.
옹기의 종류는 대배기, 망대기, 애기능생이, 합단지, 조막단지, 등덜기펭, 바래기, 독사발, 정동화리, 웃통개, 양춘이, 씨황, 고소리, 통시리, 옴박지 등으로 다양하다. 200여종에 이른다.

제주 옹기는 ‘숨 쉬는 옹기’의 대표작이다. 옹기를 구울 때 내부에는 불길이 가지 않아 붉은 다공질 표면을 그대로 유지한다. 미세한 다공질의 내부 표면을 통해 외부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뱉는다. 이 같은 기능이 음식물의 맛을 잘 보존하고 변질을 막는 역할을 한다.
노랑굴과 검은굴은 현재의 서귀포시 대정읍 신평리와 인접한 마을인 제주시 한경면 조수리, 고산리에서 주로 운영됐다. 제주시 도남동과 노형동, 애월읍 광령리, 구좌읍 김녕리 등지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역은 모두 옹기를 만들 수 있는 흙인 점토가 있는 곳이다.

아득한 옛날 수백여 차례 화산활동이 일어나 한라산과 360여개의 오름이 생성됐다. 그 영향으로 제주도의 대부분 지역은 점성이 없는 화산회토(火山灰土)로 뒤덮였다. 선조들은 귀한 점토가 묻힌 곳을 찾아내 굴을 쌓고 옹기를 만들었다.
굴은 마을에서 계를 조직해 만들어 공동으로 관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해방공간에서 발생한 현대사 최대의 비극적 사건인 1948년 ‘4·3 사건’을 겪으면서 없어지기 시작했다. 군·경이 반란군을 진압한다는 명목으로 소개 작전을 전개하며 산간 마을을 모두 불태웠기 때문이다.

꼭 ‘4·3 사건’이 아니어도 옹기의 운명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싸고 잘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 용기의 보급은 옹기의 쇠퇴를 가속화했다.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 그릇도 가세했다. 해방 후 개방의 물결을 따라 밀물 듯이 들이닥친 이런 값싸고 다루기 쉬운 새로운 그릇들이 주방을 독차지했다.
그렇게 끊겼던 제주 옹기의 맥은 제주대학교 박물관의 연구사였던 강창언(55)씨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다시 살아났다. 그는 현재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에 있는 제주도예촌 촌장이다.

그는 21년에 걸쳐 제주도 전역에 있는 옛 굴과 도공, 지질 등을 조사하고 1998년에 노랑굴을 복원했다. 당시 굴을 만들 줄 아는 ‘굴대장’은 75세의 홍태권 옹 1명만 남아 있었다. 65세의 ‘허벅대장’ 송창식 옹, 55세의 김태수 석공 등이 굴 만들기에 동참했다. 1995년 11월부터 1998년 12월까지 3년 2개월이 걸렸다.
굴이 완공되자 불을 때 옹기를 굽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사나흘 넘게 이어지는 불때기는 아무나 참가할 수 없다. 몸을 깨끗이 하고 제를 올린 뒤 불때기에 들어가면 외부로 나가지 않는다. 물론 외부인의 출입도 통제된다.
그렇게 정성을 다해야만 굴 안에 재어놓은 그릇들이 온전히 나온다고 믿었다. 그렇게 했음에도 때론 3단, 4단으로 쌓아올린 그릇들이 와르르 무너져 못쓰게 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불때기는 굴 내부의 습기를 제거하기 위한 다림굴 때기로 시작한다. 이어 피움 불때기, 작은 불때기, 중불때기, 큰불때기, 잿불질로 마무리한다.
잿불질은 굴 위쪽에 가지런히 낸 구멍을 통해 굴 안쪽 불의 색이나 상태, 그릇이 구워지는 정도를 관찰하며 가늘고 잘 마른 나무를 집어넣어 불길의 세기 등을 조절하는 작업이다. 옹기를 완성시키는 마지막 단계의 이 작업은 고도의 판단력이 요구되므로 ‘불대장’이 직접 한다.

노랑굴이 복원되고 서서히 다양한 종류의 옹기들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이런 일련의 작업 과정이 언론을 타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옹기를 사용하는 전통 찻집과 식당 등이 생겨났다. 웰빙 바람을 타고 숨 쉬는 옹기를 찾는 사람들도 계속 늘고 있다. 제주시내에는 한때 전문매장이 생기기도 했다.
지역 도예가들의 활동도 활발해졌다. 제주 흙을 이용해 만든 작품 발표가 이어졌다. 현재는 생활용기로서의 제주 옹기가 예술작품으로서, 인테리어 소품으로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도는 뒤늦게나마 전통 옹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옹기를 만드는 도공장, 옹기를 굽는 불대장, 굴을 축조하는 굴대장, 흙을 다지는 질대장 등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옛날 옹기 굴이 많았던 서귀포시 대정읍 구억리에 전통옹기 전수·체험관도 마련했다.
옹기축제가 열리고, 탐라문화제 등 중요 축제장에서는 옹기 체험 행사도 진행된다. 그 때마다 옹기 체험을 하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도 자주 보게 된다. 그들 중에서 제주 옹기를 세계적인 명품의 반열에 올려놓을 인물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제주도가 5맥이 끊긴 전통 옹기를 되살려 낸 강창언 촌장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퇴직한 한 공무원이 오해와 사적인 감정으로 그를 철저하게 배척한 데서 비롯됐다.
30년이 넘도록 제주 옹기의 복원과 발전에 힘쓰고 있는 그의 공로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내려지고, 그가 그동안 다져온 옹기 제작의 기능적·학술적 성과가 제대로 전승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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